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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택과 팔기의 대화 화봉요원


감택: '때가 오길 바라며 기다리는 것과 때에 응해 이용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낫겠는가望時而待之, 孰與應時而使之'...
(순자 천론편)

감택: '천명을 다스리고 이용함은制天命而用之'(순자 천론편) 백만의 군세로도 비길 수 없다더니,

감택: 조조여,하늘이 그대의 패망을 바라고 있구나.

팔기: '하늘은 변하지 않고 도 또한 변하지 않는다天不變 道亦不變'
(한서 동중서편)는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건가요?

감택: 조금 감상에 젖은 것은 사실이네. 허나 하늘은 대체 왜 이 유비라는 인물을 이토록 총애하는 것인지.

팔기: 하하, '하늘을 원망하는 자에겐 뜻이 없다怨天者無志'
(순자 영욕편)고 하죠. 공근의 재주가 미치지 못함을 원망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상당히 골치가 아팠던 442화 도입부의 대화. 사실 당시에는 이해에 대한 확신이 없는 대화였는데,470화 전후 팔기에 대해 조금씩 밝혀지면서 비로소 확신이 생긴 것이...


우선 감택의 순자 '천론'편 구절 인용. 천론편에서 드러나는 순자 특유의 자연관은 아마 현대에 성악설 다음으로 순자의 내용 중 인지도가 높은 부분으로,천인감응 따위 한대 이후 유가의 비합리적 신비주의와 정면으로 대치되는 관점이 현대에 높게 평가 받기 때문인데,감택이 인용한 구절은 바로 그런 순자의 유물론적 자연관이 잘 드러나는 부분 중 하나다. 자연현상의 법칙을 이성적으로 접근하고 그것을 이용할 것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인데,감택은 제갈량이 기후의 변화를 이용해 앉아서 조조군을 섬멸 시킨 것을 바로 그런 관점에서 높게 평가하고 찬탄하고 있는 것.


흥미로운 것은 이 발언을 하고 있는 감택의 작중 설정. 감택 첫 등장 당시 다룬 문제지만 화봉요원은 정사에서 묘사된 감택의 '역법과 천문' 특기를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형태의 지식 쪽으로 포커싱하고 있으므로,'하늘(자연)'에 대해 신비적/관념적인 접근을 거부하고 과학적인 시각을 견지한 순자의 말을 그가 인용한 것은 꽤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 직후,감택은 굉장히 '비非순자적인' 발언을 한다. '조조여 하늘이 그대의 패망을 바라고 있구나'라니? 하늘과 인간을 별개의 질서로 분리하고 하늘이 인간사에 개입한다는 따위 믿음을 부정한 것이야 말로 순자 천론편의 핵심인데,어째서 바로 앞 자신이 했던 말과 정면으로 배치 되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게다가 그를 받아치는 팔기의 말은 더욱 더 의미심장한데,동중서를 인용한 천불변 도역불변이라니. 순자와 동중서의 사상 단계에서의 차이점은 둘째치고 '때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순자의 문구와 '불변'을 이야기하는 동중서의 문구는 그 자체로 상호 배치되니 의도를 쉽게 종잡을 수 없는 인용이다. 허나...




이 대화에서 각자의 의도를 이해하려면 감택의 심리를 파고 들어야 한다. 당시 감택은 손가의 승리를 위해 스스로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적 진영의 거짓 투항 후 혼신을 다해 조조를 속였지만 사마의/좌자에 의해 간파 당하고,비장의 책략이었던 화공 또한 차단 되어 대패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다행히도 좌자/사마의가 내통중이었기에(+제갈량이 화타를 교환 카드로 제시했기에) 자신은 간신히 목숨을 건져 귀환하였고,주유 역시 책략의 2단계를 펼쳐 상황을 역전 시키는데 성공했지만,결국 승리의 가장 큰 과실은 유비/제갈량의 몫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바로 이 상황에서,각 진영이 펼친 책략의 장기말이 되어 탁구공처럼 오가며 생명의 위협까지 받았던 감택 입장에서는,그렇게 자신들의 책략까지 어느 정도 대비해 견고함을 뽐낸 조조의 대군이 두 차례의 기상변화(그것마저도 마지막 수공은 화공과는 달리 최소한의 사람의 노력도 들이지 않은)로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며,'이성적으로는' 그것이 '때에 응한' 제갈량의 비상한 능력과 노고라고 인정하면서도,'감성적으로는' 그것이 마치 하늘 혹은 운명의 개입 처럼 느껴지는 어떤 무력감 혹은 비감에 젖은 것은 아닐까.


그리고 팔기의 발언은 그런 감택의 심정에 대한 짖궂은 조롱이 된다. "지금까지 천시/기상변화 같은 자연의 움직임을 잘 관찰해 그것을 다스리고 유용하게 이용하는 법을 가르쳐 온 분은 바로 스승님 아니십니까,(마침 팔기는 여덟 명 중 천시에 가장 능한,즉 감택 최고의 수제자이기도하다) 그런 분이 이제와서 (동중서의 천인감응식) '조조가 삼강과 오행을 뒤흔드는 나쁜 놈이라 하늘이 벌을 내렸다'는 식의 말씀을 하십니까?" 라고 살짝 비꼬는 셈이다.


이러한 팔기의 지적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자신이 잠시 감정에 취했다는 것을 시인하는 감택이지만,그는 또다시 감정에 근거한 실언을 한다. 자신과 주유가 이렇게 직싸게 고생하고도 지금 당장 무엇하나 확실하게 손에 넣지 못한 상황에서,지금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이제 원하기만 하면 조조의 목을 딸 수 있는 입장이 된 유비에 대해 분함을 지울 수 없는지,이번에는 유비의 성취에 대해서 그것을 하늘의 보우라는 식으로 표현한 것. 


역시 위에서 말했듯 죽을 고생을 한 감택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나올 수 있는 말이지만,성격 나쁜 팔기는 여기에 대해서도(하필 감택처럼 순자의 말을 인용해) 뼈아픈 비판을 날린다. '하늘을 원망하는 자에겐 뜻이 없다' 자기 능력이 부족한 걸로 하늘이니 운명이니 탓하지 말란 얘기다. 사실 좀 더 얘기했다면 감택이 죽빵 한 방 날렸을 것 같은데 불행히도 이후 현장을 떠나게 되어서 대화가 더 이어지지 않았다만...








재밌는 것은,바로 저때 했던 '원천자무지'의 앞구절인 '자지자불원인 지명자불원천'이 이번 471화에서 인용되었다는 것. 짧은 등장 기간,벌써 이렇게 연달아 인용되었다고 하면 이 순자 영욕편의 구절은 아무래도 팔기 캐릭터성의 본질과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지금 팔기의 행적을 되짚어 보면,그는 다른 수경팔기들이 원소,조조와 같은 거물,혹은 최소한 포텐이라도 큰 손책/유비 같은 인물들을 모신 것과 대조적으로 남쪽 끝 계양 땅 - 천하 판세가 어느 정도 판가름 나고 있는 지금까지도 어떤 특출난 능력을 보여주거나 탄탄한 기반도 없는 군주/세력을 보좌하면서,심지어 그 군주와 기반마저도 지금 거덜이 나고 있는 상황에서 약삭 빠르게 행동하는 대신 여전히 조범을 구하고 끝까지 투쟁의 희망을 버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야말로 타인과 자신의 여건을 원망치 않고 하늘과 운명에 어떤 기대나 두려움을 품지 않은 채,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마찬가지인 자신의 지기를 아무런 미혹도 없이 그저 관철하는 - 투철한 언더독이자 한편으로는 바보 같은 로맨티스트가 바로 이 팔기라는 남자인 것. 물론 최후의 반전이 없을 경우의 이야기지만....




PS: 한편으로는 이러한 팔기의 사상과 스탠스는 제갈량과 묘한 대칭을 이룬다. 팔기 자신이 가장 뛰어나다는 천문 분야에 있어,그 팔기가 패배감을 느낄 만큼 (순자적으로) 그것을 더 잘 이용한 제갈량인데,바로 그 제갈량은 (연의대로면) 훗날 '모사재인 성사재천'이라는 - 하늘에 대한 유명한 패배 선언을 하고,그 하늘을 상대로 자신의 명을 구걸하지만 끝내 그마저 이루지 못할 운명인 남자...


게다가 실제 작중에서도 제갈량이 (비록 의심하고 고뇌하면서도) 도덕/운명의 주재자로서의 하늘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 반면,팔기의 철저히 순자적인 태도는 이 부분에서도 제갈량과 대비를 이룬다. 실제로 작중에서도 제갈량에 대해 '지나치게 착해 빠졌다'는 비판을 날린 팔기고....



59권 표지 공개 화봉요원

계속되는 설레발...





8기인줄 알았니?
 

또 속냐 독자야!!!!



맘에 드는 부분 ARC-V






...자공자수(본래 하나였으나 분열되어 떨어진 존재/'설정상' 분간 안 갈 만큼 같은 얼굴/성우 같음) 얀데레 플레이+결박 당한 주인공 눈앞에서 그 아비를 조져 버린다는 미친듯한 귀축 전개의 향기...






올해 초부터 백만번도 넘게 말했지만 이놈의 애니는 차원전쟁이니 엔터메니 족구하고 유야즈 관계 중심으로만 흘러 나갔어도 이 지경으로 병신 애니는 되지 않았다.......



PS:


참고로 다른 세계선에선 이런 관계.......Aㅏaㅏ....


이번 화 ARC-V


A파트는 지난 화의 연장적인 느낌으로 여유만만 유우쇼의 트리키한,하지만 뭔가 슈-르하고 괜히 짜증나는(...) 선전이 이어지다가...B파트의 경이로운 급전직하.


비장의 카드였던 초융합의 뒤를 잇는(라기엔 성격이 다르지만) 신규카드 초월융합의 등장,유리 손에 넘어갔어도 튜너의 부재로 부를 방법이 없어 보였던 클리어윙의 기습 소환,클리어윙과 스타브 베놈을 이용한 악랄한 SM루프,하나 둘 사라져 가는 히로인들과 어둠에 물들어가는 주인공들,그리고 결국 쓰러진 아버지...전체적으로 연출이 여전히 부족하고 지금까지 쌓아온 마이너스 요소들 때문에 좋게만 쳐줄 수는 없지만,그래도 전개 자체는 정말 압도적인 암담함을 보여줬다.


여하튼. 이제 실망할 건덕지도 안 남아 있다고 생각했던 시리즈에 대해 아주,아주 작은 기대감 반등을 이뤄준 에피소드. 이제와서는 뭐 반등해 봤자 평작 소리 듣기도 힘들 만큼 망가진 시리즈지만,그래도 최소한의 유종의 미는 좀 거두어 보자...


한가지 웃기는게 ARC-V

코믹스 이번화



얘들 옷차림......유고는 어차피 라이딩슈트니까 그렇다 쳐도 유토랑 유리 수상쩍기 짝이 없는 차림 대체 어쩔.






원작의 기본 코스튬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지만 유토는 멸망한 디스토피아 세계의 레지스탕스 전사(전쟁전엔 비교적 평범하게 입음),유리는 뭔가 근대풍 세계(라기 보단 아카데미아 한정이지만) 사람이니 나름 납득이 갔던 것을,그냥 평범한 현대 사회인 코믹스 세계관에서 저꼴로 돌아다니니 엄청난 위화감이....





물론 망토 페티쉬 있는 저야 웰컴입니다만(...) 사실 전 유고도 망토 하고 다녔으면 좋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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