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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화 화봉요원



1. 오림방면의 교전. 부하들의 퇴각을 엄호하기 위해 후방에 남아 무쌍을 펼치는 조운을 제압하기 위해 허저와 조조군이 포위망을 짜고,조운의 정면 공격을 피한 허저는 주먹으로 그의 말을 때려눕혀 그의 기동력을 빼앗는다. 그 순간 말의 등 위에서 솟구치든 점프해 허저의 등 뒤로 돌아간 조운은 과거 서주에서의 첫 교전 당시 한번 노렸지만 실패했던 허저 갑옷의 약점 - 목 뒷부분을 찌르는데 성공하지만,그때와는 달리 허저도 그 약점 부분을 보완해 놓은 상황.




2. 허나 갑옷이 더 튼튼해진 만큼 동작이 굼뜬 허저를 상대로,조운은 자신의 스피드를 살린 맹공을 퍼붓고 그의 어깨에 유효타를 먹인 뒤,이번에는 정면으로 그의 가슴을 찌른다. 갑옷 때문에 치명상은 입히지 못한듯 하지만 레벨업 하면서 완력까지 엄청나게 업그레이드 되었는지 허저와 뒤의 병사들까지 한꺼번에 몰아 붙이는 조운. 위기를 느낀 부하들이 말을 몰아 그를 뒤에서 공격하기 위해 달려 오지만,그 순간 그는 공격 방향을 바꿔 뒤에서 접근해 온 기병을 쓰러트리고 그 말을 탈취한다. 팔진 때와는 또 다른 형태로 낚은 셈. 허나 재빨리 도망치는 그의 앞길을 막아선 인물은...



허저의 형이자,또 한 명의 철천지 원수인 허정이었다.



3. 장강 근처에서 적벽 일대의 전투를 관전중인 사마휘 일행. 사마휘는 여몽과 장흠의 두 차례에 걸친 상륙 사이 공명이 파견한 조운 부대에 의해 조조군이 속절없이 휘말린 것을 깨달으며,결국 제갈량의 의도대로 '경적經敵'이 조조군의 약점이었음을 지적한다. 그런데 이때...


"곽가는...어디까지 계산해 두었던 걸까요?"


팔기는 조조가 물론 계책에 있어 사형들의 적수가 되지 못하지만,그에게는 그 원방을 쓰러트린 결책지왕 곽가가 있었다며,의미심장한 발언으로 이번 화 마무리.


'팔기진왕'의 장과 단 화봉요원

확실히 좀 애매한게




조조군의 역사적인(?) 첫 수상전 당시 주유의 맞상대 역을 맡았던 가후. 어차피 당시 조조군의 장수들은 수전 문외한들 뿐이니(채모와 문빙은 형주의 완전한 복속 뒤에나 합류),차라리 이론이라도 어느 정도 통달해 있을,당대 최고의 군사 석학인 수경팔기 - 가후가 지휘봉을 잡은 것일 터이다. 허나 기세등등하게 도전한 것 치고는 조금 성과가 좋지 못해 본인은 굴욕적인 짤방을 남기고,추가적으로 주유의 수상전 무적 버프만 재확인 시켜준 셈이 되었는데...


다만 애시당초 이 교전은 하후돈 휘하 육군의 전략적 거점 점령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지 결전의 성격을 띈 것이 아니었고,정작 진짜 결전의 무대인 적벽전투에 이르자 가후 자신은 지상 매복 부대의 지휘를 담당하고 수군 지휘는 순유에게 넘겨 버렸다. 그것도 지금 순유가 쏠쏠하게 써먹고 있는 신형 함대 진법의 고안에 가후 자신이 상당부분 참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데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두고 현장의 지휘능력과 전술적 역량은 순유 쪽이 가후 보다 더 뛰어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저번 포스팅에서 제시 했었는데,지금까지 가후의 활약상을 되짚어 보면 이런 해석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성 밖에 배치된 군사들의 정연한 모습을 보아 하니,
행군과 포진에 있어서 이 자(가후)는 나보다 백 배는 뛰어나."


물론 지금까지도 군사 분야에 있어서는 입문 단계인 사마의가,10년도 더 전에 내렸던 이 평가가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겠냐 싶기도 하지만,어쨌든 이 대사는 가후라는 캐릭터의 장기가 무엇인지 작중 인물의 입을 빌려 명시해 주는 의미를 가지며,실제로 이후 가후의 군사적 성취들은 전부 이런 '행군과 포진'으로 표현되는 전략 단위에서의 병력 운용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는데...





일단 가후의 임팩트 넘치는 데뷔전이었던 장안 탈환전 부터 보자면,압도적인 열세 속에서 거머쥔 이 승리는 결국 몇차례의 방어선을 적에게 내주며 후퇴하는 가운데 온전히 보존해 온 병력으로 '막힌 지형阻地'에서 포위진을 펼쳐 해치운다는,가후의 '전략'에 기인한 것이지 그것을 수행해 나가는 전술과 현장 지휘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현장 지휘는 엉뚱한 듣보잡 장수들이 하는 가운데,정작 가후 본인은 우보 마누라에게 신나게 두들겨 맞고 있었다)




이후 장수의 부하로서 조조를 위해 암약하던 가후가 조조군에 정식으로 들어온 뒤 간만에 또 지휘봉을 잡은게 여포와의 전쟁 막바지. 이때 가후는 스스로 순욱/곽가/사마의 등이 각자 진행중인 공작을 통괄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말했지만,실제 전투에서는 주로 본진 방어라는,역시 '포진'의 성격을 띈 분야에서의 활약이었고...




원소와의 전쟁 파트를 보자면,가후는 관도 전선에는 투입된 바 없으나 후방의 위협들에 대해 대처하는 역할을 담당했는데,이때도 그는 거짓 군령으로 여남에서 유비의 발을 묶으며 한창 날뛰던 고람을 기습 요격해 격퇴시킨 뒤 다시 유비를 견제하고,오소/고시/양무의 교전으로 승기를 잡은 후에는 허도 방면에 파견된 원소군 분견대들의 퇴로를 막아 소탕하는 등,역시 '행군과 포진'의 전략 단계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그런 기책과 원상의 전장 이탈로 인해 분명히 열세에 있었던 고람을 상대로 약간 고전했다는 언급을 통해,전술적으로는 모자른 면이 있다는 점이 살짝 드러나기도.


결국 종합해 봤을 때,가후의 장기란 지도 상에서 그려내듯 펼쳐낸 행군과 포진의 묘를 통해 전략 단계에서 최상의 판국(쉽게 말해 함정)을 짜놓는다는 - 어디까지나 '교전 직전'까지만 통용되는 전략론 분야에 한정되어 있고,현장에서의 전술적인 판단과 지휘 능력 자체는 일류는 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런 가후의 전략은 어찌보면 상대의 간파와 대응 가능성,그리고 수많은 변수에 대해 눈을 돌린 탁상 위 전략론에 가까운 면도 있는데,이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 바로 상대가 함정에 빠질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심리적 '미끼' -  즉,단순히 장안이라는 철옹성을 적당히 지키기만 하면 저절로 굴러 들어오는 승리의 기회를 박차고 여포 스스로 함정 속으로 뛰어들게 만든 우보의 희생,혹은 전력상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유비측이 공세로 전환하지 못하도록 그들을 긴장 시킨 거짓 군령 선언과 같이,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흑암병법적 기책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조조군이 적벽에서 펼친 전략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 보자면...





주유군(+유비군)이 철저하게 버티고 있는 강하 쪽 장강 루트 대신 가후가 선택한 것은 적의 후방인 해혼을 향하는 육상 루트였는데,난민으로 위장한 병력과 육수~수수 쪽으로의 소규모 선단 파견을 통해 해혼 일대를 기습한 가후는 압도적인 대군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형태로 전선을 크게 확장시켰고(행군),몸이 하나 뿐이라 전선 전체에서 활약할 수 없는 주유로서는 자연히 노출된 단 하나의 약점 - 적벽이라는 한 전역에서의 승리를 통한 일발역전을 노릴 수 밖에 없게 되니,넓게 확장된 전선에서도 필연적으로 적의 주공主攻은 적벽 방면으로 한정된다.


그렇다면 그 예정된 결전의 무대인 적벽에서,주유에는 못 미칠지언정 현재 조조군으로서는 최상의 카드인 순유에게 수상전을 맡겨 이쪽의 전술적 역량을 최대한 끌어 올림과 동시에,방어측의 이점을 살려 취할 수 있는 모든 안배 - 즉,주유의 노림수인 화공의 차단과 육상 병력의 매복 등 모든 함정의 준비(포진)를 끝내 승산을 늘린다. 이것이 가후가 생각한,전술적으로 무적인 주유라는 적을,전략의 단계에서 최대한 궁지로 몰아 넣어 압도한다는 그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웅장한 가후의 대전략은 끝내 그의 역량 밖에 있었던 요소들로 파탄나고 마는데...



우선 '동남풍'으로 대표되는,작전 수행에 있어 필수적인 기상 변화에 대한 문제를 감택과 좌자 같은 외부 세력에 아웃소싱 해야 했고(천시)




기본적으로 현지인일 뿐더러,전쟁 발발 훨씬 전부터 현지 답사를 통해 철저하게 정보를 모은 상대들에게 복병 정도의 얕은 수는 진작에 간파 혹은 상정되어 있었으며(지리)




철저하게 자군 내 위험 인물들을 걸러낸 손권 측과는 달리 조조 측은 '다른 의도를 품은' 내부의 적들을 완전히 솎아내지 못한 상태로 전쟁에 임하는 우를 저지른 것이다.(인화)




게다가 전투 개시 후,준비한 전략이 무너지고 급변하는 전황 속에서,가후 자신은 어떤 신속한 대처를 보여주지 못한 채 적의 의도에 속절없이 휘말리고 말았으니...






포국이란 천변만화.
어느 누구도 상대의 다음 수를 확실하게 예측할 수는 없는 법.
병법을 읽고 익히는 것 따윈 입문에 불과할 뿐.
군사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현장에 임했을 때의 응변인 것이다.
어떤 전쟁도 편하게 처음의 배치대로만 끝난 적은 없다.
그것이 전장의 진면목이다.




결국 '팔기진왕'도 그 남자의 부재를 극복해 내지 못한 셈이다.


네이버 웹툰 '알게뭐야'를 보고 있는데 만화

















대체 내가 뭔 죄를 지어서 이러는 겁니까.


확실히 좀 애매한게 화봉요원

부들부들...



다른 책사들은 직/간접적으로 명시하든 혹은 관련 업무를 반복해 맡는 것을 보여주든 각자 '특기 분야'라는게 있다는 걸 어필해왔는데,유독 순유는 그런 묘사가 없었음. 외교,전략,전술,내무 전부 땜빵 요원삘...


다만,연진 등 본래 순유가 맡아야 할 무대마저 쳐묵쳐묵 하며 '군사'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주던 곽가가 죽고 난 지금의 시점에서는 순유가 그 자리를 채웠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은데...






특유의 허약체질 때문에 수레에서 골골대며 다른 장수들을 통해 지령을 내리던 곽가와는 달리,그 자신이 초기부터 갑옷 입고 칼 차고 직접 진두지휘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곽가 보다는 원방이나 주유 같은 타입에 더 가까워 보이는데,실제로도 주유를 맞이해 첫 수상전을 지휘했으며 현재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수군의 진형을 고안한 장본인인 가후가,지금의 결전 무대에서는 주유의 맞상대 역을 순유에게 맡긴 걸 보면 어쨌든 전술적 역량과 현장 지휘 면에서는 최소한 가후 보다는 우위로 평가 받고 있다고 보는게 맞을듯.


부들부들... 화봉요원

가(후)필패론에 대해




가후도 부들부들......






순유도 부들부들......




생각해 보면 원소와의 전쟁 당시 순욱/곽가가 한 번 씩 원방에게 털렸지만 이 둘은 굴욕을 피하고 넘어갈 수 있었는데,이때 굴욕 주려고 그때 아껴둔 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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