옙 또 사고 쳤음.
사실 '누가 이런 것 좀 써줘!' 싶었지만 기미도 안보여서 할 수 없이 자급자족. 써놓고 나니 여기저기서 요즘 읽던거 그대로 배껴온 티가 나는 군요 젠장.
...눈을 뜨면 그곳은...
-또 오셨네요.
-또 왔다니?
-전에도 오셨어요. 기억 못하실지도 모르지만.
난 기억이 없다. 이렇게 어두컴컴하고. 유령처럼 흐릿한 형체들이 오가는 이런 기분 나쁜 장소. 왔었다면 기억 못할 리가 없는데.
-여기는 어디지?
-당신의 죄책감 속이요.
당돌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의심이 들지 않았다.
-저 사람들...? 저 유령들은 뭐고?
-당신이 죽인 사람들. 당신이 배신한 사람들이죠.
그 목소리는 담담했다. 그랬구나. 시선이 닿는 곳마다 꽉 채우고 있는 수많은 유령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나는 죽이고,배신했구나. 나란 놈은 이렇게 나쁜 놈이었나. 하지만 어째서인가 죄책감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죄책감이라면 분명 남아있지만 그것은...
-그렇다면 너도 내가 죽인...배신한 사람?
-제가 여기 있다는 건 당신이 그렇게 여기고 있다는 거겠죠.
그런가. 뭐 아무래도 좋아.
-그녀도 여기있을까.
-그녀는 누구인데요?
-파드메.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 그리고 내가 가장 큰 고통을 안겨줬던 사람.
-당신이 죄책감을 느끼는 상대라면. 그럼 분명히 여기 있을 거에요.
-그럼 여기 있을 수밖에 없겠네.
그녀 이상으로 내가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은 없으니까.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유령들을 향해 걸어갔다.
아,정말 모두 있다. 지긋지긋한 마스터들도. 아무것도 모르고 죽어간 어린아이들도. 벌레 같은 반란군 놈들도. 전부.
하나씩 하나씩 그 얼굴을 확인할 때마다 그들의 시선이 나를 꿰뚫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설령 그들 이상으로 나를 차갑게 쳐다본다고 해도,그녀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볼수만 있다면. 그런것 따위 아무렇지도 않다. 어쩌면. 작디 작은 티끌 만큼이라도. 속죄가 될지도 모르지.
-필사적이군요.
-당연하잖아.
나는 이제 목소리에 대답하는 것도 귀찮아 졌다. 생각 보다 유령이 너무 많았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도대체 나란 놈 왜 이렇게 많이 죽이고 배신한거지. 조금 어딘가 어긋나 있는 불평이 새어 나왔다. 마음이 다급해졌다.
-왜 그렇게까지 찾으려 하는데요?
-날 불쌍히 여기고,사랑해 준 사람은 그녀 뿐이니까.
그래. 다들 날 선택 받은 존재니 뭐니. 떠받들기만 하고. 시스를 죽이라느니 전쟁을 끝내라느니 어려운 일만 시키고. 한번도 날 감싸주지 않았잖아. 이렇게 불쌍한 나인데. 이런 나를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 준 사람은 그녀 뿐이었잖아.
-그녀 말고는 아무도 당신을 사랑해 주지 않았다는 건가요?
-그래. 아무도.
-누구도 당신을 불쌍히 여겨주지 않았고요?
-맞아.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사실이 그래.
-...여전히 불쌍한 사람이군요. 당신은.
-...네가 뭘 안다고...!
화가 나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목소리는. 어디선가 들어본 그 목소리는...
"당신은 정말 불쌍한 사람이에요. 스카이가이."
***
눈을 뜬 그 세계는. 조금전 처럼 어둠이 아닌,음침한 붉은 빛으로 물들어 있는 세계였다. 어둠의 군주는 앉아있던 자리에서 무너지듯 앞으로 고꾸라졌다. 심장이 평소의 싸이클을 벗어나 멋대로 격하게 뛰고 있었으나,그의 생명을 유지하는 장치는 억지로 평상시와 같은 호흡을 그에게 강요하고 있었다. 심장과 타다 남은 허파와 호흡기가 서로의 존재를 부정하듯 어긋나게 동작하며 비명을 질러댔다. 두려움이 도끼와도 같이 찍어내리며 그의 이성을 한계까지 쪼개고 있었다.
무엇에 대한 두려움?
'당신은 정말 불쌍한 사람이에요.'
잊었던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도,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잊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그 기억의 파편을 보았다. 그런데 그것을 완전히 잊는 것이 두려운 것인지,아니면 다시 떠올리는 것이 두려운 것인지. 그는 알 수가 없었다. 그 파편을 쥐어야 하는지 놓아줘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그는 계속해서 검은 장갑에 덮인 무기질의 손가락으로 바닥을 긁었다.
"아소..."
허덕이는 숨소리 사이 자기도 모르게 무엇인가가 새어나올듯 끊겼다. 비명이나 신음소리라 하기엔 너무나도 처량하고,열망이 느껴지는 무언가가. 그는 손으로 얼굴을,얼굴을 덮고 있는 흑철의 가면을 부수듯 움켜쥐었다. 마치 입가의 호흡기를 뜯어내고,자신의 목구멍으로 손을 집어 넣어 미처 나오지 못한 말을 마저 꺼내려는 것처럼.
"...아소카..."
자살과도 같은 그의 행위를 막기 위한 무의식의 보호 본능인지,그가 원하던 답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는 그 자리에서 얼어 붙었다.
"아소카..."
전신의 힘과 긴장이 빠지고 머리속이 새하얗게 변하며 모든 감정과 고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 이름을 되뇌이는 것 만으로도. 아니. 그것이 이름이었던가? 누구의?
"아소카..."
낫에 베인 지푸라기 처럼,무릎을 꿇고 있던 그의 상반신이 아무런 저항도 없이 바닥에 쓰러지고,투구와 바닥이 부딪히며 둔탁한 금속음이 들렸다. 그러나 그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자신이 쓰러져 있다는...살아 있다는 자각 조차 잊을 만큼.
"아소카..."
금이 간 헬멧의 검은 눈 사이로 투명한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의미도 알 수 없는 그 이름을 그는 계속해서,고장난 재생기처럼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그런데도...
'사랑해요. 스카이가이.'
차갑게 식어가는 그의 신체를 어루만지며 속삭이는 소녀의 목소리는 그의 귀에 닿지 않았다.
PS:옙 기세만으로 써갈겨 보았습니다.
'아소카가 죽는다면' 그것이 어떤 형태일까 생각해 보다 이런게 나왔네요. 파드메와는 달리 아소카가 죽는다면,그것은 아나킨이 무의식적으로 그녀와 관련된 기억을 모두 지우거나 봉인할 정도로,그녀의 존재 자체를 지울 정도의,어떤 의미에선 정신 붕괴 수준의 트라우마가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랄까,이것만이 에피 3 아나킨을 설명할 수 있...)
한편으로 파드메와 아소카의 차이는...파드메는 천국에서 항상 아나킨을 기다리고 있고,아소카는 항상 그의 곁에 머물며 그를 지켜보고 있을 것 같은,그런 이미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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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랄까, 지금까지 2008 클론워즈가 지향하는 바를 본 입장에서는 아나킨과 아소카의 관계는 끝나더라도, 일단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좋게 끝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함둥.
정말 죽거나 뭐 그런 식으로 안좋게 끝났다면 아나킨은 둘째치고 에피3 오비완이-_-;;
...그래도 프리퀄/클래식 전체를 지옥으로 쳐넣을 수 있는 소재가 아소카의 죽음이다 보니 그쪽으로 꼴리는건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