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맞은 편 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고블린의 고함 소리였다.
"그러니까 이게 다 네 잘못이라고,이 생선 미끼로도 못 써먹을 구더기 입술 사기꾼아. 나까지 이 고생을 하게 만들다니,너한테 뇌라는게 있었다면 내가 벌써 푸딩으로 만들었을 거다."
"내 잘못이라니. 신이시여,이게 내 잘못이라니! 이 자식은 자기 자신한테도 솔직하지 못하구만. 자기가 낸 의견을 내 입으로 다시 일깨워 줘야 하나? 입에서 새똥 냄새 나는 놈아,똑똑히 들어 봐. 메이스커트는 저 언덕 근처에 있다고. 거기 있는 놈들은 로지스에 있는 놈들 보다 우리를 더 잘 알아. 다시 한 번만 물어 보자. 우리 목 잘리지 않고 여길 넘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안도의 순간도 잠시, 나는 당장에라도 맞은 편 길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나는 트래커에게 물었다.
"저 녀석들 말을 타고 있잖아. 대체 저걸 어디서 구했지?"
난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사기 도박으로 따낸 거겠지. 원-아이가 고블린을 막지 않았다면."
원-아이는 게임 실력도 사기 치는 솜씨도 형편 없었다. 가끔 녀석이 정말 죽고 싶어 설치는게 아닌가 의심이 간 적도 있다.
"다 너랑 네 놈의 아뮬렛 때문이야."
고블린이 내뱉었다.
"레이디가 크로커를 찾을 수 없다. 그거 좋지. 그런데 이제 우리도 놈을 못 찾잖아."
"내 아뮬렛? 내 아뮬렛이라고? 그녀석한테 그 아뮬렛을 준게 누구더라?"
"거기 걸려있는 주문을 짜낸게 누구더라?"
"주문을 건 사람은 누구더라? 말해봐 이 두꺼비 면상아. 말해 보라고."
나는 숲 가장자리로 다가갔다. 이미 녀석들은 그 앞을 지나간 뒤였다. 트래커가 내게 다가왔다. 심지어 토드킬러 독 까지 끼어 들어 지켜보았다.
"이 반란군 노무 시키들아!"
내가 외쳤다.
"거기 꼼짝 말고 있어. 내가 네놈들 대가리를..."
멍청한 크로커. 병신 같은 크로커. 놈들의 반응은 재빠르고 화려했다. 난 그 자리에서 죽을 뻔 했다.
놈들은 빛나는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트래커와 내 주변으로 벌레들이 쏟아졌다. 이 세상에 그렇게나 많은 종류의 벌레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놈들은 모두 나를 잡아 먹고 싶어 혈안이 되어 있었다.
토드킬러 독이 으르렁 짖어댔다.
"그만해 이 등신들아!"
내가 외쳤다.
"나야 나,크로커."
"크로커가 어떤 새끼야?"
원-아이가 고블린에게 물었다.
"크로커라는 양반 이름 들어본 적 있어?"
"들어야 봤지. 그렇다고 멈출 이유는 없지만."
확인하기 위해 구름 밖으로 고개를 내민 고블린이 외쳤다.
"당해도 싸지."
"물론."
원-아이가 동의했다.
"그래도 트래커는 잘못 없잖아. 크로커만 정확하게 잡아 먹게 할 자신이 없네."
벌레들은 다시 돌아가 자기들 볼 일을 보기 시작했다. 서로 잡아 먹는 일. 난 화를 억누르고 가증스럽게도 순진한 표정을 짓는 원-아이와 고블린을 반겨주었다.
"변명할 거리가 있냐? 꽤나 좋은 말들이네. 이녀석들 원 주인이 우릴 쫓아 올 거라는 생각은 해보셨나?"
"어이어이."
고블린이 끼어들었다.
"그렇게 함부로 단정짓지는..."
"네놈들은 내가 잘 알아. 내려와서 밥이나 먹어. 내일 어떻게 할지 생각해 봐야 하니까."
(전략)
"이거 좀 입어봐 줘."
"이걸 어쩌라고?"
"글쎄 입어 보라고. 해적 놈들이 접근해 오면 네가 여기서 이 깃털 옷을 입고 날개짓 하면서 불을 뿜는 거야. 신화 속의 괴물 처럼."
"그거 괜찮은 기믹이네. 맘에 들어. 아니, 진짜 사랑스러울 정도야. 빅 버켓이나 그런 다른 얼간이한테 시키는 건 어때?"
"그래도..."
"설마 너 빤히 저격 당할 수 있는 저런 곳에 나를 툭 세워 두려는 건 아니겠지? 그렇지?"
"나랑 원-아이가 지켜 줄텐데 뭐."
"그래? 드디어 내 기도가 이뤄졌구만. 오랫동안 내가 원한 것은 너랑 원-아이가 나를 지켜 주는 것 뿐이었거든. '오, 컴패니의 위대한 선조들이여, 저를 구해주소서!' 수천 번, 아니, 내가 기억하는 것만 한 수만 번은 그렇게 외쳤다."
녀석은 침을 튀기며 화제를 바꾸려 했다.
"네 여자 친구가 태운 그 사람들 말인데...."
"한번만 더 내 여자 친구 운운하는 새끼는 악어에 안장 덮고 길들이게 시킨다. 알아들었어?"
......예순 내지 백 살은 넘은 할아버지들이 이렇게 까지 귀엽게 노니까(...)
예전에 사정상 포기했던 남부의 서 시리즈를 다시 읽고 있는 중입니다. 간지 폭풍 크로커. 절라 큐트 머겐(...)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